05 Dec 마르기 전
찾았다! 그런데… 한국에서 안식월을 보낼 때, 근처 문방구에 들러 성경 읽을 때, 그리고 노트할 때 사용할 빨간색 펜을 샀다. 삼천 원인가 했는데, 웬걸… 너무 마음에 드는 것이다. 적당한 그립감, 사이즈, 잉크의 플로우… 어느 것 하나 마음에 안 드는 면이 없었다. 몇 자루 더 사가야지 하다, 잊고 그냥 돌아왔다. 집에서도 잘 사용 했는데, 어느 날 펜이 보이지 않는다. 잃어 버린 것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만물상인 아마존에도 그 펜이 없어 구입할 수 없었다. 그런데, 찾았다! 지난주, 집 책상을 정리 하다가, 책꽂이 뒤에 끼어 있는 펜을 발견한 것이다. 반가운 마음에 얼른 꺼내 다시 써보았다. 아… 그 사이 펜 팁이 말라 버렸다. 잉크는 충분히 있는데, 아주 희미하게 글이 써지고, 그나마 계속 쓰다 보면 아예 써지지도 않는다. 잉크가 충분해서, 계속 그려보고, 약간의 열도 가해보고… 그러다 결국 버리고 말았다. 아쉬운 마음으로 펜을 물끄러미 쳐다보다, 생각한다. 혹, 우리 인생도 저렇지 않을까? 힘이 없는 것도 아닌데, 세상 사는데 만 바빠, 내가 꼭 해야 할 의미 있는 일, 가치 있는 일은 하지 않다, 어느 날 마음이 동해 시도해보다 마치 잉크는 충분한데 말라버린 펜팁 때문에 아무 일도 하지 못하는 그런 상태 말이다. 세상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 인생을 의미 있게, 가치 있게, 보람 있게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쓰임 받아야 이 세상을 떠날 때 후회하지 않는 인생이 될 터인데… 벌써 12월의 첫 주이다. 2023년을 마감하는 달이다. 우리 모두가 12월 한 달, 걸어온 일년의 삶을 돌아보며 복기하고, 이제 2024년의 새로운 결심과 결단, 그리고 그 의미 있는 일을 작은 것이라도 시도하는 한 해가 되게 해야겠다. 최근 들었던 심리학자 이근후 박사의 우울증 탈출법을 기억한다. “누워있으면 일어나보고, 일어나 있으면 걸어보고, 걷고 있으면 조금씩 뛰어보세요!” 그렇다, 너무 거창한 목표가 아니라, 내가 처한 상황에서 작은 일을 시도하고, 지속하는 가운데, 내 마음의 잉크가 잘 흘러 써지도록 마음의 펜팁을 마르지 않게 하자! – 정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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